파칭코 ㈍ 무료충전야마토 ㈍㏘ 7.rgu985.top ╁남초 작업장에서 일하는 여성 현장 노동자들. 남성 신체에 맞게 제작된 연장들이 여성에게 불편과 위험을 야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여성들은 꿋꿋이 현장을 지킨다. 박정연, 황지현 제공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유로는 부족하다. 남초 작업장에서 일하는 여성의 삶을 표현하기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걸을 때마다 헐떡거리는 운동화를 신고, 기량이 아닌 다른 것만 보려는 관중들의 시선을 받으며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쯤은 되어야 이들이 통과한 세계를 그나마 실재와 가깝게 그려낸 것이리라.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한겨레는 ‘나, 블루칼라 여자’(한겨레출판·2024),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코난북스·2024)를 토대로
회사내규 ‘여성 현장 노동자’의 삶을 들여다봤다. 조선소, 건설 현장 등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영역에 진출해 육체노동으로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온 여성들. 이들은 때로는 은근히, 때로는 노골적으로 여성의 진입을 막던 ‘유리벽’(Glass Wall·성별직무분리)에 온몸을 내던져 균열을 냈고, 뒤에 올 여성들의 세계를 한뼘 더 넓혀주었다. “반찬값 벌러 왔다
농협대출신청 ”는 비아냥, 용접 불꽃만큼 예고 없이 튀어 영혼에 화상을 입혔던 숱한 성폭력, 화장실조차 맘대로 갈 수 없었던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은 이들은 한목소리로 외친다. 우리의 노동을 얕보지 말라고. 몸 쓰며 일할 때 우리는 진정 살아 있었노라고.
‘나, 블루칼라 여자’는 화물차 기사, 용접공, 목수, 철도차량정비사 등 남성만 있던 직군에
개인파산신청후 진출한 여성 현장 노동자 10명의 인터뷰를 담았다. 사용하는 연장도, 일하는 현장도 제각각이지만 이들이 겪은 어려움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화물 노동자 김지나씨는 2016년부터 ‘추레라’(25톤 화물차)를 몰았다. 전업주부로 살다 생계의 필요로 노동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여성 운전자는 운전에 미숙할 것이라는 막연한 편견 탓
대출금리급등 에 어떤 차주도 그를 고용하려 하지 않았다. 동료가 자리를 비울 때 간신히 운전대를 잡았는데, 그런 기회조차 뚝뚝 끊어졌다. 결국 그는 빚을 내 자기만의 트럭을 사며 이 적대를 정면 돌파했다.
플랜트 용접 노동자 김신혜씨의 처음도 ‘막힘의 연속’이었다. 건설노조 기능학교를 졸업하고도 좀처럼 일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용접사는 회사가 요구하
파산조건 는 ‘기량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여자에겐 응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아크도, CO₂(선급용접, 용접 기술의 일종)도 못 하지만 누나는 할 수 있잖아. 기회는 주어질 거야.” 기능학교 동기가 서럽게 우는 그를 위로했다. 굳게 닫힌 문은 의외로 자본이 열어주었다. 한 회사가 설비 증설로 배관 용접사가 많이 필요해지자 그제야 여성에게도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나, 블루칼라 여자 l 박정연 지음, 황지현 사진, 한겨레출판(2024)
어렵사리 현장에 발을 들였지만, 남성들에게 여성은 ‘동료’가 아니라 ‘여성’으로만 인식되었다. “집에 가서 설거지나 하지 왜 여길 왔어?” “당신 남편은 뭐 해?” “일 시켜봤자 힘들어서 얼마 못 갈 거 아니야.” 여성의 노동을 ‘소일거리’로 깎아내리는 말들은 하루에도 수없이 날아들었다. ‘생계부양자=남성’이란 공고한 편견이, 육체적으로 힘든 노동을 선택한 여성 노동자의 절박함과 진지함을 가려버린 것이다.
여성의 노동을 소일거리 정도로 보는 인식은 임금에도 반영됐다. “용접하면서 용접사 단가가 아니라 조공(보조 인력) 단가를 받고 일했어요. 첫 회사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용접공 단가로 못 주겠다고 하더라고요.”(김신혜) 당시 해당 지역에 여성 용접사를 고용하는 회사가 없었기 때문에, 김씨는 “그거라도 어디냐”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반대로 여성의 진입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남성들도 이들을 동료로 보지 않기는 매한가지였다. 여성은, ‘침입자’였다. 70대 레미콘 기사 정정숙씨는 남성 동료들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남자가 하는 일을 여자가 하면 남자들은 어디 가서 먹고삽니까?” 그 말을 들은 정씨는 “남자들 제 하기 나름이지 내보고 왜 그런 말을 하는데요?”라고 받아쳤다고 한다.
동료로 인정받지 못한 여성들은 곧잘 성적 대상화의 표적이 되었다.
“용접사들 사이에는 용접하다가 튀는 불꽃에 화상을 입었을 때 모유를 짜 넣으면 빨리 괜찮아진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되지도 않는 소리죠. 한번은 나이가 많은 조공이 눈에 화상을 입었는데 그때 날 보고 ‘니 젖 좀 짜주라’ 이러더라고요.”(김신혜)
“고용기사로 일할 때 동료가 ‘옷 그렇게 입지 마라’ ‘머리 풀고 다니지 마라’ 같은 선 넘는 참견을 했어요. 제가 무슨 소유물인 것처럼 제게 명령을 했어요. (…) 모든 동료에게 똑같이 인사하고 지냈는데 느닷없이 프러포즈가 쑥 들어오더라고요. (…) 참 희한합니다. 저는 다른 동료들이 이성으로 안 보이는데 남자들은 제 존재를 동료가 아닌 ‘여자’로 바라보는 것 같아요.”(김지나)
“한번은 먹 차장(콘크리트 바닥에 먹실을 튕겨 도면을 그리는 일을 하는 동료)이 ‘손잡고 가자’ ‘방 얻을까’ 같은 말을 한 적도 있습니다.”(형틀 목수 신연옥)
이런 시선들 속에서 여성 현장 노동자들은 ‘여성’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더 필사적으로 일했다. “알곤 용접기(아르곤 가스를 이용한 용접기)는 50㎏이 넘는데 양쪽 어깨에 피멍이 들어도 그걸 메고 다녔어요. 힘든 일도 마다치 않고, 말 그대로 몸을 아끼지 않고 일했죠. 왜? 전 여자니까요. ‘무거워서 못 해요’라고 해버리면 또 도태되니까 더 열심히 했죠.”(김신혜)
여성 현장 노동자들은 기술을 익혀가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여성성’도 ‘관리’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일했다. 이러한 어려움은 사무·현장 가리지 않고 여성 노동자들 상당수가 겪는 일들이다. “일터라는 공적 영역은 오랜 기간 남성이 정의 내리고, 남성이 지배하고, 남성의 권익을 유지해온 장소였다. 근대 자본주의가 확장해낸 수많은 일터에서 여성은 불청객 취급을 받았고 자신의 ‘여성성’을 쩔쩔매며 관리해야 할 무엇으로 인식하게 된다.”(‘흠결 없는 파편들의 사회’·2023)
남성만을 노동자로 상정하는 남초 현장은 여성 노동자를 맞을 가장 기본적인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화장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여자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하거나, 남성들의 무단 사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상태인 경우가 적잖다.
“화장실 가는 것도 일이라, 물도 잘 안 먹고 밥도 조절해서 적게 먹었어요. 여성의 경우 생리를 하니까 그게 너무 불편했어요. (…) 산부인과에 가서 아이도 다 낳았으니 자궁을 적출하면 생리를 안 하지 않겠냐고 한 적도 있었어요. 의사가 왜 이렇게 무식한 소리를 하느냐고 호통을 치더라고요. 대신 생리를 억제할 수 있는 미레나 시술을 받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셔서 시술을 받았죠. 오로지 현장에서 편하게 일하려고 받았어요.”(김신혜)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 l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기획, 김그루 외 4인 기록, 코난북스(2024)
이러한 고충은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에도 반복 등장한다. 이 책은 대형 조선소 2곳(진해 케이조선, 거제 한화오션)에서 도장, 용접, 발판, 급식, 세탁, 화기·밀폐 감시 등의 일을 하는 11인의 삶을 구술로 기록한 책이다. 조선소는 남성의 전유물로 보이지만, 이미 도장·용접 같은 직무에 여성이 진출했을 뿐만 아니라 밀폐·화기 감시 같은 위험 관리 업무는 거의 여성이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 책을 기획한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에 따르면, 진해 케이조선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의 6%, 비정규직 현장직의 15%가 여성이다. 현장 노동자 예닐곱 중 한명이 여성인 셈이다. 건설업 여성 비율은 10% 내외다. 이는 자본이 점점 더 저렴하고 ‘유연한’ 노동력을 찾는 한편, 기계가 일정 부분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자동화가 가속화되는 흐름과 맞물린다. 그럼에도 여전히 현장의 환경 개선 속도는 더디다.
“간이화장실이 너무 지저분했어요. 남자들이 담배 피워서 꽁초로 엉망진창이고, 가래 뱉고 비위가 상해서 화장실을 못 갔어요. (…) 급할 땐 터치업 봉지라고 뼁끼(페인트) 칠할 때 쓰는 물품이 있어요. 여유분으로 두세장씩 주머니에 넣고 거기에 소변을 봐요.”(도장 노동자 정인숙)
조선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가장 시급한 개선 사항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남녀 모두 임금 개선을 1순위로 꼽았다. 그러나 2순위는 달랐다. 여성은 ‘화장실, 탈의실 등 근로환경 개선’을, 남성은 ‘자격제도와 보상체계 개선’을 요구했다. 여성 노동자의 요구는 아주 기본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조선·해양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2022)
여성이 배제된 일터. 그럼에도 정인숙씨와 동료들은 페인트를 담는 통을 ‘루이뷔통’이나 ‘샤넬’이라고 부르며 알록달록 꾸민다. 그만큼 자신들의 일을 사랑한다. 이혼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 삶이 무너질 때, 그들은 롤러대를 굴리며 다시 일어섰다.
“인생에서 최고로 힘들 때 거제도로 다시 내려와서 일을 시작했어요. (…) 일을 배워서 제 걸로 만들어서 능력을 인정받으니까 너무 신나는 거예요.”(정인숙)
이들은 ‘몸 쓰는 일’이 삶에 불어넣어 준 생기와 인식의 변화를 한목소리로 ‘간증’한다.
“남자들은 힘쓰고 기술이 필요한 일은 자기들만 할 수 있다 생각하잖아요. (…) 막상 와서 일해보니까 (…) 남자라도 저보다 용접을 못하는 사람도 있고, 저래도 월급 받아 가나 싶을 정도로 일하는 사람도 있고. (…) 여자들이 다 할 수 있어도 남자들이 자기 직업을 뺏길까 싶어 안 시키는 일도 세상에는 많이 있겠다 싶어요.”(용접 노동자 전은하)
현장의 변화를 견인하는 주체는 노동조합이다. 실제로 두 책에 등장한 여성 노동자들은 노조를 든든한 방패로 인식했다. 성폭력을 겪었을 때, 작업환경이 열악할 때, ‘부양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해고 대상이 됐을 때, 이들은 노조를 찾았다. 그러나 ‘작업장의 페미니즘’(산지니·2025)의 지은이 이현경은 노동조합 역시 가부장제의 손아귀에서 놓여나지 못했음을 뼈아프게 성찰한다. 여성 의제를 공론화하려 하면 어김없이 ‘백래시’가 날아든다. “조합비는 우리(남성)가 더 낸다. (…) 여성들보다 더 많은 남성 조합원들한테 그런 돈이 투자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는 “편협한 조합주의”다. 사측에 맞서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는 이유로, 여성 의제는 “분열적이고 분파적”이라 비난받는다. 노동조합의 대표와 지도부는 남성들끼리 독점하며 당연한 듯 계승된다.
남초 작업장에서 일하는 여성 현장 노동자들. 남성 신체에 맞게 제작된 연장들이 여성에게 불편과 위험을 야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여성들은 꿋꿋이 현장을 지킨다. 박정연, 황지현 제공
“단체교섭의 노측 교섭위원, 노사협의회의 구성원으로 여성이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 여성 간부에게는 교섭권을 부여하는 대신 다른 역할이 주어졌다. ‘뭐 문건을 만든다거나 피켓 같은 그런 거’….”
평등하고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어야 할 노조가 미적거리니, 변화는 더딜 수밖에 없다.
올해 여성의 날 슬로건은 #Accelerate Action(더 빠르게 행동하라)이다. 여성의 날 조직위원회는 “이 속도로는 134년이 지난 2158년에야 성평등을 완전히 달성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녹슨 성별 고정관념을 녹이고 더 평평한 세상을 주조해낼 더 많은 ‘연장’이 시급하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