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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저음의 흐미 우습다는듯이 않다는 않았어. 우리김유대 작가가 ‘이런, 멋쟁이들!’에 들어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작가 인스타그램 영상 갈무리


유튜브 중심 자극적 시청각 시대사람답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발견하게 해주는 친근한 매개체



책 ‘어떤 날은’의 그림. 파올라 퀸타발레 글, 미겔 탕코 그림. 문학동네 제공


교육도, 정치도, 문화도 몸살이다. 유튜브가 생활의 중심으로 들어온 결과다. 큰 자극에
노출되면서 느리거나 작은 자극에는 둔감해진다(‘팝콘 브레인’)는 과학적 결과를 내놓거나, 문해력을 심각하게 고민한다. 알고리즘이 편향된 시 캐피탈할부조건 각으로 이끄는 상황에서 법적 제한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단순한 해결책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냥, 유튜브보다 그림책이 좋다. 게다가 올해는 ‘책의 해 추진단'(사무국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정한 ‘그림책의 해’다.



고구마구마 l 사이다 글·그림, 고정금리 대출 반달(2017)


함께유튜브는 혼자 보지만 유아용 동화책은 함께 읽어야 한다. “소리 내어서 읽어줄 때 연극이 시작되는 것처럼 한편의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는 책은 ‘보’거나 ‘읽’는 것이 아니라 공감각적 체험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이에게 유튜브를 보게 하면 얼마나 편 주택금융공사 보증료 한가. 그 시간에 업무를 보고 설거지를 하고 카톡도 하고, 주의력을 홀랑 뺏긴 아이는 엄마가 건성으로 ‘응응’ 답해도 모른다. 동화책을 읽어주면 목도 아프고 애들 물음에 성실하게 답해야 하고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하지만 “다정하고 관계 좋은 아이로 성장하길 바란다면 어른과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한 출판 칼럼니스트는 ‘고구마구마’ 시리즈(반달)나 ‘곰 안산직장인밴드 사냥을 떠나자’(시공주니어) 등 글보다도 소리 낼 때 더 진가가 발휘되는 책으로 접근해보라고 말한다. 다정하게.



곰사냥을 떠나자 l 마이클 로젠 글, 헬린 옥슨버리 그림, 공경희 옮김, 시공주니어(1994)


조용하다 사회연대은행 ―어떤 학부모.
유치원 “자신이 있었어요. 그림책의 본질은 종이책이고, 영상은 그냥 그림책의 이미지일 뿐이죠. 문자로 된 작품은 매체를 달리하더라도 본질을 잃지 않는 데 반해 그림책은 다르거든요. 그림을 펼치고 넘겨야 의미가 있거든요.” 이야기꽃 출판사는 2019년 ‘작가가 읽어주는 그림책’이란 제목으로 그림책 한권을 다 읽어주는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렸다. 개중에는 몇십만 뷰를 기록한 콘텐츠도 있다. 김장성 이야기꽃 대표는 “전편이 올라간 것은 판매량이 움직이지 않더라고요. 저자에게 누를 끼치는 것 같아서 이후로는 트레일러(예고편)만 올리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그림책 문화의 현재와 미래’ 포럼에서 매출을 공개하면서 그림책 시장 축소에 대한 현장의 실감을 나눴다. 2012년에 설립된 중견 출판사인 이야기꽃은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그림책의 정점을 맞았지만, 이후 해마다 15~20%씩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팬데믹 전인 2019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치를 받아 들고 말았다. 팬데믹 당시 1천부, 2천부 넘게 팔린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두권도 300권씩 팔리는 데 그쳤다. 인구 감소라는 악재에 더해 윤석열 정부의 출판 지원 축소까지 맞물리면서 출판계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튜브 등의 콘텐츠 플랫폼에 발목 잡힌 출판 시장의 위기를 아동책 시장이 먼저 맞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펴내는 ‘2024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2023년 아동 신간 도서 발행 종수는 전년보다 9.3% 감소하고, 부수는 18.2% 줄었다. 전체 종수가 전년보다 2.8% 늘고, 발행 부수가 3.7%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분야별 가장 큰 감소다. 하지만 여전히 김 대표는 시대의 흐름에 저항하고 싶다. 에세이 ‘사이에서, 그림책 읽기’(김장성, 이야기꽃) 서문에서 김 대표는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말에 적극 동의하며 이렇게 부연한다. “유치원에서는 사람답게 사는 데에 가장 기본적인 것을 배운다. 그림책이 말하는 것들과 다르지 않다. 괴물이 되지 않기, 그리고 괴물로 키우지 않기는 어렵지만 복잡한 일은 아니다. 유치원만 제대로 마쳐도, 그림책만 잘 읽어도 가능하다. 그러니 함께 그림책을 읽어보자.”
능동성김지은 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는 책의 능동성을 강조했다. “책은 펼친다, 읽는다, 덮는다라는 행위를 통해 통제되는 세계다. 휴대전화는 인간이 조작하긴 하지만 휴대폰 안의 로직(논리)에 따라서 움직인다. 책은 원하는 데로 데려가지만 디지털 콘텐츠는 상업적인 공간으로 데려간다.” 권윤덕 그림책 작가는 느리면 느린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보는 것이 그림책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생각의 속도에 따라 그림책을 보면서 쉬었다 가고 뒤로 돌아가기도 한다. 깊이 몰입을 해보면서 자기 생각을 그만큼 가져보는 것이다. 기존에 알고 있었던 사실도 새롭게 보이기도 하고, 다시 읽어보면서 다시 보면서 음미해볼 수 있다.”



가만히 들어주었어 l 코리 도어펠드 글·그림, 신혜은 옮김, 북뱅크(2019)


감정 소통김미영 책방 ‘마쉬’ 대표의 쌍둥이 자녀는 10살이 되었지만 아직 동영상이 나오는 휴대전화가 없다. 전화만 되는 휴대전화를 쓴다. 춤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안무를 보기 위해 동영상을 보는 것 외에는 유튜브에 접근하지 않는다. 그는 카페나 식당에 아이와 갈 때도 색종이와 가위 등을 챙겨 간다. 김 대표가 책의 효험을 보았기 때문이다. 임신했을 때 처음으로 직장을 휴직해 태교로 그림책을 읽었는데 “서른살 먹도록 자기감정에 대해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서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귀 기울이도록 하고 싶어서 그림책을 같이 보면서 아이 생각과 느낌을 많이 묻는다. ‘가만히 들어주었어’(북뱅크)를 읽은 뒤로는 “토끼가 필요한 시간이야”라는 말이, 둘 사이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쓰인다. 아이에게서 어른에게로, 어른에게서 아이에게로 그림책을 매개로 순환한다.



권윤덕 작가는 독자가 자신의 의도를 알아봐줘서 놀랄 때가 많다고 한다. 권윤덕 작가 ‘나무도장’의 한 장면. 작가 제공


연결“독자들이 그릴 때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아봐 줘서 여러번 놀랐다.” 권윤덕 작가는 ‘꽃 할머니’(사계절)에서 처형을 앞둔이들을 등 돌리고 서 있는 모습으로파란색을 써서 그렸다.독자들이 보고는 “영혼처럼 보인다, 푸른색이 피처럼 보인다”고 말해 주었다. “책의 등장인물이 느꼈을 아픔, 고통, 희망을 상상하면서 그리는데, 그 느낌에 동화되는 것이다. 글 따로 그림 따로 있는 것보다도 그림책이 그런 점에서 강점이 있다. 긋는 선에 흔들림, 호흡이 담겨 있는데 유튜브로 그것을 볼 수 있을까. 찬찬히 감상했을 때 깊숙이 음미해볼 수 있다.”



김유대 작가가 ‘이런, 멋쟁이들!’에 들어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작가 인스타그램 영상 갈무리





이런, 멋쟁이들! l 김유대 글·그림, 이야기꽃(2025)


가지각색 ‘판다 목욕탕’(노란우산)을 읽은 아이들은 꼭 “정말 그래?”라고 묻는다. 판다가 목욕탕에서 벗는 옷에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한미화 칼럼니스트는 그림책은 호기심과 재미를 끌어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보는 사람을 속이는 유튜브의 ‘가짜뉴스’와 다르다. 상상 속을 거닐며 아이들은 상상력을 넓혀간다. 그림책이 안기는 이야기의 다양함은 그림책의 다양함으로도 드러난다. 그림책을 꽂아놓은 책장은 삐죽빼죽하다. 하나하나 크기가 다 다르니까.
김유대 그림책 작가는 최근 한국 인쇄소의 기계로 찍을 수 있는 가장 큰 크기의 책을 펴냈다. ‘이런, 멋쟁이들!’(이야기꽃)의 크기는 가로 29㎝에 세로 37㎝다. 김 작가는 1㎝도 안 되는 벌레를 전지에다가 혹은 전지(A0 크기)를 두장 붙인 크기에 가득 그려 넣었다. 밑그림도 없이 모양과 색감의 재연에 신경 쓰면서. 전지 두장을 붙여 그린 그림은 선키보다 조금 더 크다. 벌레를 찍은 사진이나 인쇄물을 확대한다면(“루페로 본다면”) 망점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그가 그린 벌레는 뻥 튀겨지자 구름과 꽃과 달과 비가 보였다. ‘꽃 피워 달라고 기도하는 달 토끼’는 김네티스스텔라타꽃무지의 딱지날개 속 무늬를 보고 그가 쓴 말이다. 이 벌레의 실제 크기는 20㎜. 그림과 함께 벌레의 실제 크기, 벌레의 신기한 생활사까지 책에 집어넣었다. 벌레가 커지고 벌레 무늬가 시가 되는 것이 그림책의 세계다.



판다 목욕탕 l 투페라투페라 글·그림, 김효묵 옮김, 노란우산(2014)


당신의 ‘첫’그림책에는 ‘첫’이라는 단어가 많다. 첫번째 환경 수업, 첫 생명 수업, 첫 환경책, 첫 역사책…. 아이의 세계 속에서는 기표 없이 완전한 기의가 포착된다. 옷은 옷일 뿐이다. “놀랍게도 아이의 첫 발견은 글자가 아니라는 거죠.” 김지은 교수는 아이의 처음은 기표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세계라고 한다.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첫 발견’ 시리즈는 옷, 다리, 꽃 같은 제목의 책을 열면 단순하게 그에 해당하는 그림이 있다. “그림책은 아이가 맨 처음 맞는 생각의 옷이다. 그림책이 알려주는 세계가 패러다임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 처음 본 색, 형태 이미지를 각인하기 위해서는 천천히 뚫어지게 바라보아야 한다. 동영상으로는 안 된다.” ‘첫 발견’ 시리즈 같은 책이 한국에도 발간되면서 김 평론가는 아이들이 자신이 살아갈 세상의 것들을 먼저 눈에 익히게 되어 안도감이 들었다고 한다. 그림책은 그렇게 사람의 첫 밥인 이유식처럼 “맛도 적고 심심하지만 근원에 가까운 맛”이다.



심장이 궁금해 l 나의 첫 생명과학 시리즈, 레미 코왈스키 글, 토니아 콤포스토 그림, 김소정 옮김, 모알보알(2025)


어른의 ‘첫’첫사랑, 첫키스, 첫눈… ‘처음’을 어린이만 맞는 것은 아니다. 염미희 모알보알 출판사·서점 대표도 그 말에 동의한다. 최근 모알보알에서 나온 ‘나의 첫 생명과학’ 시리즈는 “그림책은 유아든 어린이든 어른이든 접근성이 좋아진다. 어렵거나 접해본 적 없거나 ‘처음’ 접해보았을 사람에게 다가갔으면 한다”는 생각으로 펴냈다. 아무 배경지식 없이도 그림책은 직관적으로 알려준다. “그림책이라는 장르가 그렇다. 개념의 핵심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사실 생명과학 실험실 이야기라면 아이나 어른이나 아는 건 비슷하다.
위로김미영 대표는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 강의를 할 때면 시니어들을 만나게 된다. 손자·손녀를 데리고 책방을 찾은 사람들이다. 많은 이들은 그림책을 손자손녀들보다 사랑하게 된다. “그림책이 인생 서사를 써나가거나 제2의 삶을 돌아보는 수단으로 많이 쓰이죠.” 최근 활발하게 출판되고 있는 ‘100세 그림책’ 카테고리는 1살부터 99살까지 읽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을 주로 내는 북뱅크의 김숙 대표는 최근 펴낸 ‘어른을 위한 동화책’을 보며 저녁나절 생각에 잠기곤 한다. “‘너와 내가’는 그림책이지만 어린이가 보기에는 어렵다. 긴 시간을 들여 오래 읽지 않고도 금세 대답을 들을 수 있다. 그림에서 직접적인 위로를 받는다.”



너와 내가 l 쉰네 레아 글, 스티안 홀레 그림, 김상열 옮김, 북뱅크(2021)


고향 “그림책은 고향이다.(우크라이나) 전쟁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베를린의 미국기념도서관 기획전시실에서는 우크라이나 그림책 전시가 시작됐다. 전쟁이 끝나면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우크라이나 아이들과 부모들은 이곳에 와서 자신의 나라말로 쓰인 그림책을 보았다. 우리 동네 도서관에도 우크라이나·아랍·영어 그림책으로 채워진 작은 서가가 있다. 한번은 다른 동네에 갔다가 독일어로 쓰였지만 한국 작가가 그린 호랑이 그림책을 본 적도 있다. 고향의 그림책에는 그곳을 경험한 독자만 아는 디테일이 숨어 있다. 이란 출신 친구가 파라드 핫산자드의 그림책 ‘나비의 날갯짓’(지양어린이)을 보면서 그리워한 것은 창 너머로 보이는 가족의 풍경. 새해를 앞두면 가족은 줄곧 식탁에 모여 있었다. 러시아 그림작가 안나 데스니츠카야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자신의 나라를 떠나 여러 나라의 풍경을 그리고 있는데, 그중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여행하는 내용을 담은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라는 책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같은 시베리아호랑이를 두고 한국의 작가와 러시아 작가가 사뭇 다르게 그려내면서 저마다의 고향을 만들어낸다.”(베를린에서 살고 있는 남은주 동화책 번역가)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